고등학교 시절 운동장 옆 벤치 위로 뻗어있던 칡넝쿨을 기억합니다.
매년 8월이 되면 연보랏빛 꽃이 잎 사이로 소담스럽게 피어나 아래로 늘어졌습니다.
그 아래에서 여학생들이 모여 앉아 수다를 떨던 풍경은 유난히 평화롭게 여겨집니다.
그때는 그 꽃이 단순히 야생 덩굴꽃이라 여겼지만 나중에야 그것이 바로 ‘칡’이라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방 약재 갈근(葛根)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칡은 자연 속 어디서든 번성하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고 꽃과 뿌리 모두 버릴 것 없이 귀한 식물입니다.
목 차 1. 칡꽃의 특징 2. 갈근과 꽃의 영양성분 3. 꽃차 만들기 |
거침없이 뻗는 생명력, 칡넝쿨과 칡꽃의 특징
칡은 콩과 식물로 덩굴성 줄기를 지닌 다년생 초본입니다.
줄기가 길게 뻗어 나무나 구조물을 타고 오르며 햇볕을 향해 성장합니다.
특히 그 번식력은 가히 ‘자연의 경보 사이렌’이라 할 만합니다.
실제로 농촌에서는 칡넝쿨이 농작물 재배지까지 침입해 햇빛을 가리거나 뿌리를 얽어맬 수 있어
주의 대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거친 생장력은 한편으로는 사랑의 한숨, 강한 인내, 굳은 생명력이라는
꽃말로 재해석되기도 합니다.
칡꽃은 7~8월, 혹은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붉은빛이 감도는 보라색 꽃송이로 피어나며
약 20cm가량의 꽃이삭을 형성하고, 달콤한 향기를 퍼뜨립니다.
사랑의 한숨이라는 꽃말은 칡이 다른 식물을 감아올라 올라가면서
그 식물을 말라죽게 하는 것에서 기인했다고 생각됩니다.
뿌리인 갈근과 꽃의 영양 성분
한방에서의 갈근의 효능
칡의 뿌리인 갈근(葛根)은 한의학에서 오래도록 해열과 갈증 해소
두통 완화와 근육 이완 등에 사용되어 왔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풍열감기 초기에 땀을 내어 열을 식히고
음주 후 갈증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한작용과 체내 열 제거를 중심으로 처방됩니다.
현대 약리학 연구에서도 갈근에는 이소플라본와 다이드제인, 푸에라린 등이 포함되어 있어
에스트로겐 보완 작용, 간 기능 개선, 고혈압 예방 등 다양한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특히 많이 쓰이는 한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칡꽃의 영양성분
칡꽃 자체도 플라보노이드와 안토시아닌, 정유 성분 등이 풍부해서
차로 마시면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칡꽃의 은은한 향기에는 진정 작용이 있어서
따뜻하게 우려 마시면 피로 회복과 함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칡꽃차 만들기
재료
칡꽃 (야생 또는 친환경 재배)
채반 또는 건조망
약불용 팬 또는 덖음솥
유리병 또는 밀폐 보관용기, 티백
만드는 과정
1. 재료 준비 과정
칡꽃을 수확한 뒤 잎과 줄기를 제거하고 꽃잎만 골라 준비합니다.
깨끗한 물에 부드럽게 씻어 이물질과 먼지를 제거한 후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건조해줍니다.
햇볕에 직접 말릴 경우 꽃의 색과 향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덖기 과정
충분히 마른 칡꽃은 약불로 예열한 팬에 얇게 펼친 뒤 꽃이 타지 않게 덖어줍니다.
이때 꽃잎이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불 조절에 유의해야 합니다.
바삭한 질감과 은은한 향이 살아날 때까지 약 3~5분 정도 덖고 식히는 과정을 충분히 반복합니다.
덖은 꽃은 채반에 펼쳐 완전히 식힌 후 바로 밀폐용기에 보관합니다.
3. 보관
완전히 식힌 칡꽃차는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한 밀폐 유리병에 담아 보관합니다.
휴대가 편한 티백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것도 좋습니다.
만든 차는 6개월 이내 섭취하는 것이 최고의 향과 맛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뜨겁게 마시면 은은한 향과 따뜻함이 퍼지고 차게 식혀 아이스티로 마셔도 상큼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칡은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들풀 같지만 뿌리부터 꽃까지 약성과 향을 모두 가진 식물입니다.
꽃차 한 잔에는 단순한 허브티 이상의 깊이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자연의 약효를 품은 보라색 꽃차 한잔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